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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ming/0. Prologue

Ep 0. 포토그래퍼에서 프로그래머, 가능할까?

by @sangseophwang 2021. 4. 6.

제목 그대로,

 올해 31살을 맞이한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 과제이다. 지난 4년간 커머셜 포토그래퍼로써 잘 해오던 일을 뒤로하고 몇 년 전, 아니 최근 들어 더욱 핫해진 이 '개발자'라는 직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고 구체화시키고자 이렇게 블로그의 첫 글로써 적어보고자 한다. 

 

@unsplash

왜 나는 하필 개발자를 선택한걸까?

 발단은 아마 짐작했을 거라 생각한다.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도 질긴 생명력으로 우리와 함께 해온 감히 이름을 불러선 안 되는 '그' 질병 때문이다.

 

 작년 1월까지만 해도 일이 너무 많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미친듯이 들 때쯤, 간절함이 하늘에게 닿았던 것일까? 그 질병이 발발했고 그제서야 나는 달콤한 휴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쉴 수 있어서 좋다' 라는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4월 즈음이 돼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자취방 월세와 스튜디오 운영비, 생활비 등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가는 비용들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져가고 당장 들어올 수입이 없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자 어떤 일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 ①긱잡(Gig job) 이었다.

    ①긱잡 (Gig job) : 필요할때마다, 계약직, 임시직 등 섭외해 일을 맡기는 초 단기 임시직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포토그래퍼 등 건당 금액을 받으며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오랜만에 맛보는 노동의 보람과 나름(?) 짭짤한 수입으로 하루하루가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프로 포토그래퍼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엄청난 자괴감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래도 촬영장에 가서 '실장님', '작가님' 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왔었는데 이런 질병 하나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살게 됐다니. 열정, 성실함, 노력으로 올라온 내 지난 세월들이 강제로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자 모든 것들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아니,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공허한 상태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 때부터 매일 술과 유튜브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이러한 삶이 이어지자 자연스레 사진에 대한 열정도 점점 식어갔고, 자신감조차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은 하고 싶은데 일이 없고, 그렇다고 다들 힘들겠거니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라이브 커머스나 영상 쪽으로 발을 넓혀서 오히려 일이 많아진 동료들 뿐이니 의욕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질병 하나로 삶에 큰 타격을 받는데,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만약 비슷한 상황이 오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직업이 있을까?"

"사진만큼 내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결과물에 대한 성과나 보상이 확실한 일이 있을까?"

 

 불안정한 삶에서의 탈출, 직업적인 자부심과 만족, 능력에 맞는 보상, 그리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 내 기준에서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갖춘 직업. 그렇다. 개발자였다. 물론 전형적인 문과 of 문과에 전공도 일본어와 홍보학이라는 관련이 없다시피한 과목을 공부했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이미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포토그래퍼로써 성장해온 경험이 있기에 크게 두렵지 않기에 한번 도전해보고자 한다. 

 

@Unsplash

그래서 계획이 뭔데?

우선 내  비루한 계획은 다음과 같다.

 

  ◆ 4~5월 : 독학

 

1.  HTML, CSS 공부 with Nomad Coder

  -> 강의를 구매하면 챌린지를 무료로 주는 유튜버가 있다? 이건 못참지.

 

2.  컴퓨터 기초 공부 with boostcourse, 컴퓨터개론

  -> 여러 정보를 찾은 결과,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비전공자일수록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만 공부했을 때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스트코스에 CS50 이라는 하버드 컴퓨터 기초 강의가 있는데, 심지어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신청해봤다. 여기에 전공 책도 구매했으니 충분하겠..지?

 

 ◆ 5월 ~ : 학원

 

  우선 학원은 확실하지 않은게, 먼저 독학으로 해보고 ①집에서 혼자 하니까 늘어지거나, ②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 한계에 봉착했거나, ③취업에 관한 전략이나 인맥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등록하려 한다. 만약 다니게 된다면 학원을 찾고 등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12월 : 취업 준비 & 취업

 

    올해가 넘어가기 전까지로 스스로 제한을 걸어두고 싶다. 8개월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가며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주변이나 인터넷의 다양한 사례만 보더라도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1년 사이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저 기간은 4년동안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신 분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보잘것 없는 기간이기도 하고, 최근에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로 회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힘들다는 재직자의 글들도 심심치 않게 봤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려 한다. 적어도 남부끄럽지 않은 실력 정도는 갖추고 들어가고 싶다.)

 

결론

 앞으로 이런저런 기록용 글이나 푸념 등 지극히 나를 위한 글들을 작성해나가겠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혼란과 두려움 속에 있다면, '저 아저씨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하네.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는걸?' 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면 뭐, 재밌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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