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이 동네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봄이다. 카테고리명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뚝섬유원지 근처에 산다. '자양동' 이라는 곳인데, 문득 궁금해서 찾아보니 원래 지명은 자마장(雌馬場)이었는데, 여기서 "자마(雌馬)"는 암말을 뜻한다고 한다. 광진구 일대는 넓은 평지라서 국가에서 목장지대로 지정했는데, 자양동은 그중 암말을 기르는 목장이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 '자'의 한자가 雌에서 紫로 바뀌었고 자마장리에서 자양동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자줏빛 볕이 드는 동네' 라는 뜻에 걸맞게 골든 아워에 맞춰 나가면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을 볼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서울에 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
# 오후 5시 반 즈음, 노을도 보고 운동도 할 겸 밖으로 나왔다. 말할 수 없는 '그' 질병을 핑계삼아 헬스장을 가지 않는 대신 한강도 볼 겸 운동을 하니 오히려 좋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블로그를 위해 그 유명한 'Nike Run Club' 앱을 설치했다. 기존에 쓰던 애플워치 기본 앱은 정말 단순하게 얼마나 뛰었는지, 심박수가 어떤지 등의 간단한 정보만 알려주는데, 이 앱은 이렇게 지도로 뛴 거리도 보여주고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려줘서 좋았다. 게다가 잠깐 쉬려고 멈추면 측정하던 것도 잔인하리만치 바로 멈추는게 아주 신기했다. 괜히 쉬면 안될 것 같아 좀 더 열심히 뛰게 됐다. 근데 다 뛰고 보니 3키로도 안 뛰었다는 건 비밀.
# 한강공원까지는 집에서 3분 거리라 종종 나가는데, 갈 때마다 정말 위화감이 드는 모습이 바로 이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 모여있고 복잡하기까지 한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그것도 한강에서 윈드서핑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나?' 싶은 기분이 든다. 처음엔 참 낯설었지만, 지금은 뭐랄까. 잠시 여행을 온 기분이 들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 오늘은 잠실대교 쪽으로 러닝을 했다. 잠실대교 쪽으로 뛰다보면 사우론의 눈, 아니 잠실 롯데타워가 보인다. 이 건물도 처음 볼 때는 참 신기했는데 요새는 그저 황사 측정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무릎이 쑤시면 곧 비가 온다는 속설처럼 롯데타워를 봤을 때 타워 꼭대기가 잘 안 보이는 날이면 그 날은 황사가 심하니 되도록이면 밖에 나가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 일도 없고 개발 공부도 하느라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 그냥 황사 핑계를 대보고 싶었다.)
# 정신없이 뛰다보니 어느새 잠실대교에 도착했다. 여기에 오면 항상 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 공터이다. 물론 이렇게 공터 안 쪽까지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여기에 오면 서울에서 자주 느낄 수 없는 황량함을 무한으로 즐길 수 있다. 다리에는 그래피티도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들이 이 곳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중에 여기서 촬영도 한 번 해보고 싶다 :-)
# 최근에 발견한 한강변 헬스장이다. 안그래도 집에서 푸시업과 풀업만 해서 쇠냄새가 그리웠는데, 이 곳에서 3대 운동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 물론 17kg 바벨이 최대이긴 하지만 그게 어딘가. 봉무게까지 포함하면 54kg 정도 될테니 헬스장을 재등록하기 전까진 여기서 맘껏 운동해야겠다.
# 블로그를 핑계삼아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봤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오랜만에 사진을 즐기고 있다' 였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의 그 호기심 많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독특하게 보려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참 아이러니한게, 사진을 직업으로 선택했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일로써 하더라도 매일매일이 즐거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일로써 하다보니 '돈을 버는 수단' 으로만 사진을 찾게 됐고, 일상에서 재밌게 촬영하던 과거의 나는 점점 잊혀져갔다. 심지어 휴대폰으로 찍는 것조차 왜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바빠할 뿐이었다. 그래도 블로그를 통해 반강제(?)로 그 즐거움을 상자 속에서 다시 꺼냈으니 먼지 팍팍 털어내고 맘껏 즐겨야겠다.
# 나도 집 갖고 싶다. 얼른 글 저장하고 집 사게 해줄 공부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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