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쓰는 날
# 며칠 동안 촬영과 후작업을 했다. 그래 봤자 고작 4일뿐이지만 그 외에도 뭔가 이것저것 많이 했었는데 일상 글을 밀린 게 괜히 찔려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름의 복기라고나 할까?
4월 20일
# 드디어 자바스크립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 HTML/CSS를 배울 때랑은 느낌이 다르다. 분명 둘 다 영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바스크립트는 뭔가 더 낯선 기분이다. 왜 다들 자바스크립트부터가 진정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거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앞으로 꽤나 막히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겠지만, 그래도 잘 헤쳐나갈 수 있겠지?
이번 노마드 코더 강의는 '자바스크립트를 활용해 크롬 앱을 만들기'이다. 강의 초반에 소개해준 'Momentum'이라는 앱인데, 크롬을 열면 매번 바뀌는 배경 사진에 현재 시간과 투두 리스트, 날씨, 링크, 검색 등을 아주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기분 좋게 인터넷 화면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설치해보길 추천한다. 아무튼, 이번에는 이 앱을 직접 만들어보는 강의를 듣게 됐는데 새삼 이렇게 간단한 화면 하나를 만드는데 지금 내가 막히는 이 시작 단계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기준으로 이번 주 내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봐야겠다.
# 전 날 카카오톡 클론의 기쁨을 뒤로하고 오늘도 뛰러 나왔다. 진짜 이제는 운동이나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그냥 나오는 그 자체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처럼 이렇게 나가기만 해도 쾌적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때를 즐기지 못하면 괜스레 억울할 것만 같다. 비록 취준생(?)의 신분이지만 이런 날씨에 나가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범죄다. 아무튼, 요즘 점점 예전 체력이 회복되가는 기분이 드는 게 같은 시간 대비 뛰는 거리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잠실대교 쪽까지 뛰고 왔는데, 앞으로 조금씩 늘려가서 나중에는 잠실철교를 따라 쭉 달려봐야겠다. 자전거로는 가봤는데, 뛰면서 느끼는 다리의 풍경이 좀 더 짜릿할 것 같다.
4월 21일
# 이 날은 아마 전날과 똑같이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다가 뛰러 나갔을 거다. 뛰는 거 하나만큼은 참 꾸준히 잘하고 있다. 이러다 나중에 정신 차리면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헉헉거리면서 뛰고 있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4월 22일
# 오랜만에 촬영을 나간 날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지만 화력 발전소에 가서 촬영을 했다. 발전하는 곳에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일반인이 들어가기 힘든 곳에 들어갔다 왔다는 게 나름 뿌듯(?) 했었다. 촬영 일을 하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연예인을 보거나 특별한 장소를 가는 등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겪는다는 거다. 개발자로 전직하게 되면 이 경험들도 다 재미난 안주거리가 되겠지만, 그래도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거에 앞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것 같다.
4월 23일
# 어제 온 체중계로 측정한 내 몸 상태를 보고 절망했지만, 사진 작업과 자바스크립트의 스트레스가 지갑에 손을 대게 만들었다. 그렇게 간 곳은 우리 동네 애정 하는 맛집 중 하나인 자양동 손칼국수이다. 칼국수와 수제비, 만두를 판매하는데 모두 수제이다. 수제임을 뽐내듯 가게에는 주방과 홀이 따로 구분된 느낌이 안 들고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다. 아무튼 뜨끈하고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어서 이 곳으로 왔고 나오자마자 즉시 완탕을 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저 위에 다진 양념을 절반 이상 덜어내서 국물 본연의 맛으로 먹는 것이다. 먹다가 기호에 맞게 덜어냈던 다대기를 추가하면 되는 거라 이 방법을 추천한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인심이 좋으셔서 '양 많이'를 부탁하면 정말 많이 주신다. 많이 배고픈 상태로 이 곳에 방문했다면 마법 주문처럼 외치면 된다. 양 많이!
4월 24일
# 오늘도 촬영을 하러 나왔다. 오늘 촬영장은 일산 킨텍스. 가는데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처음에는 차를 가지고 갈까 했지만 운전하는 시간과 대중교통을 타는 시간이 비슷해 대중교통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촬영장이 내가 내린 곳과 반대편에 있어서 킨텍스를 절반 정도 돌아가면서 '아 그냥 차를 가지고 올걸'하며 후회를 했더랬다. 아무튼 어찌어찌 촬영을 마치고 무사히 퇴근!
4월 25일
# 어제의 촬영을 마치고 빌렸던 장비를 반납하러 성수로 나왔다. 날씨가 따뜻해 보여서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나왔는데 이렇게 안 입고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날씨가 생각보다 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덥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반납을 쓱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기 위해 한강변으로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진짜 엄청 많았다. 다들 마스크도 잘 쓰고 나름의 거리두기도 잘하고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정말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괜스레 나만의 공간을 뺏긴 그런 기분이 들었다.
# 러닝을 실컷 하고 진짜 너무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았다. 집에 먹을 게 있긴 했지만 샐러드와 닭가슴살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가 느껴져서 또 한 번 지갑에 손을 댔다. 바로 따릉이를 빌려서 달려간 곳은 바로 '우성 식당'이란 곳이었다. 작은 기사식당인데 무려 식객 허영만 선생님이 다녀갔던 곳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 유명한 건 양념 삼치구이랑 청국장인데, 나는 청국장을 주문하기로 했다. 여기에 또 유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돌솥밥이다. 고구마, 호박, 콩, 은행 등을 넣은 영양돌솥밥을 주는데 7000원이라는 가격에 반찬까지 무제한이라니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든든하게 먹고 집에 가서 씻고 나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공부는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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